『법적 오리엔탈리즘』—티무 루스콜라 ("Legal Orientalism" by Teemu Ruskola)

리뷰어: 클로이 리히텐스타인(Chloe Lichtenstein)  분류: 중국법, 법과 문화 


About the Author: Teemu Ruskola is Professor of Law at Emory University and an affiliated member of f the Finnish Center for Chinese Law and Legal Culture at the University of Helsinki.  Prior to joining Emory, he taught at American University in Washington, D.C.  He is the author of Legal Orientalism: China, the United States, and Modern Law (Harvard University Press, forthcoming 2013); co-editor of Schlesinger’s Comparative Law (Foundation Press, 2009); and co-editor (with David L. Eng and Shuang Shen) of a special double issue of the journal Social Text on “China and the Human.”  His other scholarship - appearing in the Michigan Law Review, the Stanford Law Review and the Yale Law Journal, among others - has explored the intersection of corporate and family law in China, the history and politics of Euro-American conceptions of sovereignty in the Asia-Pacific, and China’s historic status as an international legal subject. 

'오리엔탈리즘'이란 유럽이 '동양의 타자'를 통해 자신을 정의해온 방식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법적 오리엔탈리즘'이란 무엇인가? 티무 루스콜라에 따르면 이것은 서양이 '법을 가지지 않은 동양의 타자'를 통해 무엇이 법이며 무엇이 법이 아닌지를 판단하고 정의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위법자라는 평판이 굳어진 가운데, 미국은 세계를 대표하는 법의 시행자로, 그리고 범세계적 법의 지배를 위한 전략을 추진하는 법의 수출자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세계 그 어느 곳에서보다도 중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법의 지배를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구절이 서술하고 있듯이, 현재 일반적인 시각은 중국의 법체계가 그 경제 성장도에 비해 낙후되었다고 본다. 또한 미국을 '법'과 동일시하고, '중국의 법이 서구의 법과 다르므로 중국에는 법이 없다'는 판단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루스콜라는 이러한 문화적 경향에 의문을 던진다. 

'미국 대 중국,' '법 대 비법,' '근대성 대 전근대성' 등, 통념적 이분법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법적 오리엔탈리즘』은 양국 법의 비교분석과 중미관계 역사의 분석을 통해, 이러한 가정에 대한 예리한 반론을 펼친다. 또한 이 책은 중국의 법을 둘러싼 '법적 오리엔탈리즘'이 중국법에 대한 서구의 시각 뿐 아니라 중국이 자국법에 가지는 시각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됨을 밝힌다.

제1장: 서두

법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일반적인 답이 없는 반면, '무엇이 법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람에 의한 통치'라는 비교적 일반적인 답이 존재한다. 그러나 저자는 '법에 대한 통치'와 '사람에 의한 통치'를 대치시키는 이분법이 중국을 '법을 가지지 않은' 국가로 정의하는 법적 오리엔탈리즘 담론의 구성 요소에 불구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그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법을 가진' 자는 누구인가? '법을 가진 자'가 누구인지 결정하는 자는 누구인가? 이 질문들의 답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제2장

법적 근대성에 대한 지구적 담론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은 미국인은 법을 가진 국가의 법적 주체이며 중국인은 '법을 가지지 않은 동양의 타자'라는 인식이다. 루스콜라는 이 인식이 서양과 중국, 두 제국의 자기 인식 및 상호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누구나 '타자화'를 행하며, 법적 주체의 자기 이해는 '타자'와 자신의 비교 및 대조를 거쳐 생성된다. 중국의 법과 법전통에 대한 서양의 해석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대한 비판 뿐 아니라 심지어는 긍정적인 평가조차도 자국이나 자국의 경제적 상황을 비판하고자 하는—즉 '중국도 우리보다는 낫다'라고 말하려는—동기를 표출하지 않는가? 루스콜라는 중국의 법에 대한 서양의 시각이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저자는 '타자화' 그 자체, 또는 자신과 타자의 비교 자체를 죄악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법적 주체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고정된 이분법적 구분에 따라 비역사적으로 이것을 정의하는 것이 오류임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즉 비역사적이고 통념적인 구분에 의존하기보다는, 법적 주체에 대한 이해의 가변성 및 다양성을 염두에 두고 비교분석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적 주체에 대한 이해의 가변성을 보여주기 위해, 루스콜라는 아시아의 가치관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자국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순식간에 변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예컨대 가족을 중시하는 중국의 가치관은 미국이 어떤 시각을 취하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돌봄의 윤리"로 혹은 "배타적인 족벌주의"로 평가될 수 있다. (53)

또한 저자는 미국법과 중국법이 공유하는 이상을 예로 들며, '미국 대 중국' 또는 '미국법 대 중국법'과 같은 이분법적 이해가 실질적인 차이가 아닌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미국법은 한편으로는 변화를 중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제정 이래 변함없는 헌법이 반영하듯이—불변성을 중시한다. 즉 중국법이 정체되어있다는 미국인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법 또한 일종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을 중심으로 그 전통이 형성되어온 것이다.

제3장

제3장은 중국과 미국의 차이가 인식의 문제라는 저자의 논지를 뒷받침하는 독특한 비교분석을 제시한다. 법적 오리엔탈리스트 담론의 주장 중 하나는 서양과 달리 중국에는 계약적 모델에 기초한 기업법이 존재하지 않으며 중국의 모든 법은 결국 가정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영미 기업법이 가정법으로 재해석될 수 있을 만큼 많은 가정법적 가치 및 가정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신임의 의무나 공개의 의무에 대한 규정들은 계약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업법의 부권주의적 측면을 드러낸다. 더불어 저자는 유교 가정법이 영미 기업법의 핵심적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강력한 힘을 가지는 중국의 가족은 그 위계구조에 의해 소유권과 관리권이 분리된 영미 기업적 형식을 띤다. 일종의 '족벌 기업'인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루스콜라는 중국의 법과 미국의 법 사이에 매울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이들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각국의 법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정의하느냐에 다라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제4장

제4장에서 루스콜라는 중미관계의 역사를 추적한다. 아편전쟁 당시 미국은 영국의 영토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으며, 중미관계는 우호적인 성격을 띠었다.  그러나 1844년 왕샤조약을 기점으로 미국은 제국주의적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중국 내 미국인들을 중국법의 관할권에서 면제시키는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치외법권적 제국주의'(extraterritorial imperialism)룰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5장

제5장은 법적 오리엔탈리즘이 치외법권의 시행을 어떻게 정당화하는지를 설명한다. 루스콜라는 중국 내 미국 영사 법원이 무능함, 비효율성 및 부패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그 관할권이 자국민 간 분쟁에 한정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사 법원이 중국 국민 간 분쟁에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중국 내 미국 법원의 시초는 미국 의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1906년으로 거슬러간다. 그 후 설립된 중국 내 미국 법원에는 비일관성이 난무했다. 때로는 알래스카 법을, 때로는 컬럼비아 특별구의 법을 적용했고, 어떤 경우에는 여러 지역의 법을 혼합해 적용하기도 했다. 게다가 적용한 법을 따르지 않고 임의로 처벌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이 무법지대라는 굳은 믿음은 법원의 비일관성을 정당화했다.

그리고 저자는 국제 혼합 재판소(International Mixed Court)도 중국 내 미국 법원과 같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고 비판한다. 원칙적으로 국제 혼합 재판소는 중국법을 적용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중국법이 '비법적'이라는 추정 아래 임명된 외국인 영사 재판관들이 왜곡된 중국법을 일관성 없이 적용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법이 폭력적이고 전제적이라는 편견이 더욱 강해지고, 이는 중국의 법원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한편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혼합 재판소의 권위를 강화시키고 있다. 저자는 이를 두고 "법적 오리엔탈리즘의 자기 합리화 능력을 보여주는 놀라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191)

제6장: 에필로그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미국, 중국 및 전 세계에서 법적 오리엔탈리즘이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중국은 1978년부터 개혁을 추진해왔지만, 근대적 국민국가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는 중국의 노력은 의혹과 반발을 불러일으켜왔다. 예를 들면, 2001년 국제무역기구에 가입하려 했을 때 중국은 "임의적인 요구가 가득 담긴 전례 없이 긴 가입 조건 목록"을 받았다. 이것은 다른 회원국들에게 주어진 가입 조건 목록을 "양적, 질적으로 능가하는" 것이었다. (206) 또한 세계무역기구는 법의 지배에 대한 규정을 중국이 준수할 것을 보장하기 위해, 헌장의 규칙을 무시하고 절차를 진행했다. 이는 중국은 무법 국가이므로 중국에 대해서는 법을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중국의 개혁 추진이 자국의 법문화가 구식이라는 자기 오리엔탈리즘(self-orientalism)을 표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론

이 책의 목적은 법적 오리엔탈리즘의 해결이 아니다. 법적 오리엔탈리즘의 출현 뒤에 자리 잡은 가정들을 파헤치고, 이것이 가져온 여러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다. (10) 중국법과 미국법에 대한 우리의 인식의 역사를 추적하고 이 인식을 지탱하는 서양 및 중국의 사회적, 문화적 요소들을 밝힘으로써, 저자는 법적 오리엔탈리즘의 복잡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이 책은 독자가 이 복잡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다각적인 고찰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해준다.

관련 링크:  http://www.hup.harvard.edu/catalog.php?isbn=9780674073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