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izens and Strangers

제4부: 이철우 교수—한국의 '이주이행'

인터뷰어: 김어진 (Meridian 180)     인터뷰일자: 2014년10월 4일

이철우 (Chulwoo Lee)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조지타운 법과대학에서 석사학위(LL.M)를,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박사학위(Ph.D)를 취득했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과 성균관대 법과대학을 거쳐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워싱턴주립대(University of Washington) 법과대학 객원교수(Garvey Schubert Barer Visiting Professor of Asian Law)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법사회학과 국적이민법을 강의하고 있으며, 공저로 『EU법 강의』 (15인 공저, 2012, 제2판), 『국적과 법』 (3인 공저, 2010) 등이 있고, “How Can You Say You’re Korean?” (2012), “South Korea: The Transformation of Citizenship and the State-Nation Nexus” (2010) 등의 논문을 출간했다. 현재 한국이민학회 회장 및 법무부 이민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1. 지난 몇 십 년 동안 한국 내 이주 인구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현재 150만 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OECD조사에 따르면, 국내 장기체류 외국인 수는 약 112만 명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이주인구가 증가한 배경에는 어떤 요인들이 작용했는지 설명해주십시오.

한국의 “이주이행,” 즉 이민송출국에서 순이입국으로의 이행은 1980년대말에 시작되었습니다. 중국동포의 도래는 급속한 이주자의 유입을 예고했습니다. 1990년대초에는 동남아시아의 노동자들이 한국의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산업연수제도가 도입된 1993년만해도 숙련/미숙련 노동자를 모두 합해 7만 명을 넘지 않았습니다. 그 중 80퍼센트는 미등록 상태였습니다. 지금은 19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노동자를 포함해 70 여만 이주노동자가 있습니다. 취업가능 비자를 소지한 60만 이주노동자(체류기간만료자 포함) 중 전문직 종사자와 숙련노동자는 8퍼센트를 조금 넘는 반면, 고용허가제를 통해 모집된 아시아 여러 나라 출신의 초청노동자(guestworkers)가 43퍼센트를 점합니다. 방문취업제를 통해 채용된 중국동포 초청노동자가 그들을 수적으로 상회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결혼이주도 이민의 중요한 형태입니다. 1990년에는 국민과 외국인 사이의 결혼이 전체 결혼 건수의 1.2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2004년에서 2010년 사이에는 10건의 결혼 중 한 건 이상이 국민과 외국인의 결혼이었습니다. 1990년대초에는 국제결혼의 대다수가 국민인 여성과 외국인 남성 사이에 이루어졌으나 1995년부터는 이 패턴이 역전되었습니다. 상업적 브로커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과 결혼하여 이주하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여성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국민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 사이의 결혼이 국민인 여성과 외국인 남성 사이의 결혼에 비해 두 세 배 가량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13년말을 기준으로, 15.1만명의 외국인이 국민의 배우자를 위한 체류자격들을 소지하고 국내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 외 84,000명의 국민의 배우자가 이미 귀화했습니다. 이처럼 아시아 출신의 초청노동자와 결혼이주자가 가장 큰 이민자 집단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민자immigrant라 함은 미국 이민법에서 말하는 이민자와는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한국의 이민자 중 최다수를 배출한 나라는 중국입니다. 그런데 중국인 이민자 중 아주 많은 비율은 조선족이 점하고 있습니다. 모든 초청노동자의 50퍼센트 이상이, 국민의 배우자의 약 60퍼센트가 조선족입니다. 이처럼 남한 내 이주 인구의 팽창은 상당부분 종족적 귀환이주에 기인합니다. 물론 이 경향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합니다.

이러한 이주 패턴은 한국 사회의 인구학적, 정치적, 경제적 변동의 산물이며 한국을 둘러싼 사정이 변화한 데 기인합니다. 고령화와 경제구조의 변화는 특정 직업 부문에 노동력 부족을 가져왔습니다. 이는 외국인 노동에 대한 수요를 창출했고 이민정책을 개방적으로 바꾸는 것에 긍정적 논리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냉전 이후 정치변동과 지구화 및 초국가성에 관한 도구적 담론들은 종족적 디아스포라에 대한 적극적 관여를 촉진했습니다. 이는 종족적 귀환이주의 루트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2. 이러한 이주 전개 양상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에 대해서 질문 드리겠습니다. 먼저 법제적, 정책적 반응에 대한 교수님의 평가가 궁금합니다. 이주민의 존재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한 평가도 궁금합니다.

1993년 한국은 일본을 모델로 하여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것은 값싼 외국인 노동을 향한 노동시장의 압력과 그에 따른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증가에 대한 대응이었지만, 이를 인구학적 변동에 대한 반응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습니다. “연수생”을 아시아 각국에 할당된 쿼터에 따라 불러들였고 노동력 부족을 겪는 소기업들에 분배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실패했습니다. 많은 연수생이 제도로부터 이탈하여 미등록노동자 군에 가담했습니다. 광범위한 착취와 인권 침해에 직면하면서 법원은 판결을 통해 연수제도가 터잡은 전제를 허물어뜨렸습니다. 연수생은 노동법이 말하는 근로자가 아니며 한국은 외국인노동자를 수입하지 않는다는 전제입니다. 초청노동자 제도가 대안으로 고려되었고, 2004년에는 고용허가제가 실시되었습니다. 제한된 분야의 소기업들은 송출국과 한국 정부가 체결한 정부간 협정에 기초하여 선발된 외국인노동자들을 고용할 수 있는 허가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들어온 초청노동자는 비전문(E-9) 체류자격으로 3년간 일할 수 있으며, 그 기간은 4년 10개월까지 연장 가능합니다.

또 다른 초청노동자제도, 즉 방문취업제는 그와 별도로 발전했습니다. 초기부터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책에는 동포에 대한 배려가 깔려있었습니다. 산업연수생을 초청하는 데에도 조선족에 대해서는 더 큰 쿼터를 할애했습니다. 방문동거(F-1) 체류자격의 하위유형을 만들어 남한에서 구직 기회를 얻으려는 조선족의 수요에 부응하려고도 했습니다. 재외동포법이 중국동포와 구소련동포를 적용 범위로부터 배제한 것에 대한 비난, 그리고 그것이 평등권에 대한 침해로서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계속된 캠페인의 결과로 모든 디아스포라 집단이 재외동포법의 적용 범위에 들어왔습니다. 그 후 중국과 구소련의 저숙련 동포 근로자들에게는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져,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E-9 체류자격 소지자에 비해 더 많은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한 동포 노동자들은 별도의 체류자격(H-2)을 가지고 38개 지정된 직종에서 3년간 일할 수 있으며, 이는 4년 10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 특별한 제도는 2007년에 발효했고, 예상치 않게 더 넓은 노동 이주의 루트가 되었습니다.

외국인노동자 정책의 골격이 될 것으로 기대된 고용허가제와 병행하여 방문취업제를 도입한 것은 한국의 이민정책이 일관된 청사진 없이, 다양하고 상호무관한 동력들에 대응하여 진화해왔음을 보여줍니다. 사회학자 이혜경의 흥미로운 논문은 정부의 여러 부처를 둘러싼 고객정치(client politics)가 어떻게 한국의 이민정책을 개방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다문화가족정책”도 하나의 예입니다. 그 정책은 정부 부처간의 경쟁, NGO 정치, 학문적 담론이 작용한 결과물입니다. 원래는 국제결혼으로 형성된 가족을 완곡하게 부르는 말이었던 “다문화가족”이 NGO 운동, 학자들에 의한 여론형성, 새로운 관료적 업무 영역을 점취하려는 여성가족부의 노력 덕분에 정책형성의 주된 타깃이 되었습니다. 이는 결혼이민자의 보호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지만, 심도 있는 정책적 고려를 요하는 다른 모든 중요한 분야를 젖히고 “다문화가족정책”에 과도한 비중을 두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잘못된 용어인 “다문화정책”은 이민정책과 같은 뜻으로 통용되면서도 “다문화가족”을 고려의 중심에 놓습니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배려와 지원 프로그램은 그들을 오히려 타자화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받기도 합니다.

한국은 지난 여러 해 동안 이민법제와 정책을 개선하려는 열띤 노력 덕분에 이민정책 평가에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2년 8월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제3차 이주자통합지수(Migration Integration Policy Index, MIPEX)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60점을 얻었습니다. 이 점수는 이민자 통합과 관련해서 “약간 우호적”이라는 평가에 해당하며, 한국을 당시 비교가능했던 36개 MIPEX 평가 대상국 중 13등에 올려놓았습니다. 한 때 한국의 모델이 되었던 일본에 비해서는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고, 독일보다도 좋은 성적을 얻었습니다. 독일은 현행 헌법하에서는 외국인에게 어떤 선거권도 부여할 수 없고, 일본은 헌법적 제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지만, 한국은 영주권자에게 지방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만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이러한 “양호한” 실적은 이주 인구가 작다는 데 기인합니다. 유럽 여러 나라와 비교해 특히 그렇습니다. 더욱이 MIPEX는 실제로 사정이 어떠한지보다는 법과 정책의 형식적 측면을 주로 묻습니다.

이민과 이민자에 대한 한국 대중의 태도도 비교적 긍정적입니다. 여론조사를 보아도 한국인은 외국인과 이민자에게 관대한 것으로 나옵니다. 그들이 긍정적 태도를 가지게 하는 데 작용한 논리 중 하나는 이민자가 경제에 기여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대중의 태도와 정부가 이민정책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레토릭 및 논리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봅니다. 한국 정부는 일종의 “경쟁력 민족주의”와 결합된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이민 문제에 접근해왔습니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탈국경적 성격을 강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급속히 고령화하는 사회에서 젊은 이민자가 가져다 주는 이익이 크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수인재를 유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담론노선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 초기부터 두드러졌습니다. 지난 8년간의 보수 정부는 투자자, 전문인력, 고숙련노동자 기타 우수한 사람들을 거주와 국적 취득에서 우대하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대중은 이에 대해 별로 반감을 가지지 않습니다. 반면 여론조사를 보면 초청노동자와 결혼이민자에 대해서는 보다 부정적인 태도가 나타납니다. 인종적 편향성을 가지고 외국인을 취급하는 태도도 널리 퍼져 있습니다. 제3차 MIPEX는 한국이 인종주의에 대한 보호장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드러내주었습니다.

한국의 이민정책은 현재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초청노동자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970년대 독일의 경험이 말해주듯이, 초청노동자를 출신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들의 출국을 유도하기 위해 4년 10개월 동안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재초청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영구적 정착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인권의 압력 때문에 가족재결합을 막기 어려울 것이며, 연쇄이주(chain migration)가 뒤를 이을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유럽의 이민수입국이 경험한 것과 유사한 도전에 직면할 것입니다.

3. '시민권'의 문제 및 이주 문제의 현 상태가 한국 사회에 제시하는 향후 과제는 무엇입니까?

한국이 통일의 목표를 간직하는 분단국이라는 사실은 시민권의 문제를 매우 복잡하게 만듭니다. 남한은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을 점점 더 많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북한인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헌법상의 원칙이 그들을 처우하는 기본방침을 이루지만, 북한이탈주민의 다양한 상황과 남한 정부의 일관성 없는 실무는 이로써 설명되지 못합니다. 다른 나라들도 북한인을 어떻게 처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때 혼란스러워 합니다. 특히 그들을 난민으로 인정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 그렇습니다.

이미 보았듯이, 한국으로의 이주에서 종족적 귀환이주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이민정책은 디아스포라정책과 불가피하게 착종되어왔습니다. 한국이 분단국으로서의 존재와 초국가적 민족으로서의 존재를 이민정책을 수립할 때 얼마나 고려해야 하는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말씀드렸듯이, 초청노동자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이 많은 이민국가가 겪었고 겪고 있는 문제들이 한국을 곤혹스럽게 하면서 가부간의 결정을 요구합니다. 아시아의 노동자 송출국들은 노동 수입을 확대하라고 큰 압력을 가하는데, 가사노동과 돌봄 분야도 이에 포함됩니다. 한국은 제한된 소수에게 완전한 가족이민을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많은 사람들에게 단기순환이주의 기회를 부여할 것인가라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습니다. 다니엘 벨(Daniel A. Bell)과 니콜라 파이퍼(Nicola Piper)가 가사도우미 수입에 관한 홍콩과 싱가포르의 정책을 합리화하면서 주목한 문제입니다. 그와 같은 문제에 접근할 때 한국인과 정부는 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인권에 대한 인식은 신자유주의적 정책 지향과 “국가경쟁력” 이데올로기에 밀려 소홀히 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