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디안 시사 인터뷰》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 이수혁 단국대 석좌교수

인터뷰어: 김어진           게시일: 2013년 8월 19일


메리디안 180이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 및 주 독일대사와 국정원 1차장을 역임하신 이수혁 단국대 석좌교수님과 함께 한국전쟁의 의미와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수혁— 단국대학교 행정법무대학원 석좌교수. 대통령 외교통상비서관, 외교통상부 차관보, 국가정보원 1차장을 역임했다. 차관보 재직 시(2003년 3월-2005년 1월) 대한민국 수석대표로 6자회담에 참가했으며,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 재직 시(1997년 -1999년) 제네바 4자회담 대표단원으로 활동했다. 1975년부터 유엔, 폴란드, 미국 등지에서 대표부 혹은 대사관에서 근무했으며 주 유고 대사와 주 독일 대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통일독일과의 대화" (2006년, 랜덤하우스 코리아), "전환적 사건: 북핵문제 정밀분석"(2008년, 중앙북스) 및 "북한은 현실이다" (2011년, 21세기북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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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7일은 정전 60주년이었습니다.  한국전쟁의 유산, 혹은 지속적인 영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북한의 무력적화통일 전쟁은 3년이나 지속되었습니다.  한국민족에게는 동족상잔이라는 엄청난 인적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주었습니다.  이 전쟁에 중국과 소련 그리고 미국이 개입함으로써 냉전의 시원이 되었고 국제평화의 파괴에 대한 유엔의 역할이 재조명되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독립한지 5년 만에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고 남북한 간 증오와 대결은 더 강화되고 분단은 더 고착화되어 몇 년 후면 분단의 역사가 70년이 됩니다.  한국과 같이 제 2차 세계대전 후 분단된 독일이 45년 만에 통일이 이루어졌는데 한반도는 아직도 대결구도 속에서 분단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장기분단이 영구분단으로 될까 깊이 우려됩니다.

-최근 남북관계에 있어 가장 중대한 이슈 중 하나인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에 대해 질문 드리겠습니다.  지난 14일 7차 실무회담을 통해 남북이 정상화 합의서를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7월 말 6차 회담에서는 대화가 결렬됐는데, 왜 이번에는 합의가 가능했습니까?

지난 3월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으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북한은 개성공단 근로자를 철수시킴으로써 개성공단 조업은 중단되어왔습니다.  북한은 북한에게 더욱 필요한 개성공단을 왜 중단시켰는지 여러 가지 분석이 있었으나 결국 북한은 개성공단의 정상화에 합의하였습니다.

지난 3-4월 북한의 군사적 긴장 조성은 북한은 언제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불사한다는 다분히 정치적 프로파간다 성격의 것으로서 전쟁에 이르지 않는 매우 엄격하게 제한적인 행동이었습니다.  그때가 한국의 박근혜 정부 출범초기였던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일정한 목표를 달성한 북한은 이제 화해협력을 들고 나오면서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유화적 제스츄어는 지금 시점에서는 당연히 취하여만 하는 정책입니다. 더 이상 한국과의 단절 은 북한의 진의도 아니고 목표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게 개성공단은 절실히 필요한 사업입니다.  다른 한편 한국정부에게 개성공단의 성공은 한반도에서 남북한 간의 정치적 화해와 경제적 협력의 시금석이 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인내심과 유연성과 자제력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우선 남북이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관련해 우려되는 사항이 있을까요?

한국의 일반 국민들과 세계인들에게 큰 관심은 북한이 과연 한국과 합의하고 약속한 사항을 파기하지 않고 잘 이행하겠는가 일 것입니다.  북한이 다시 파기하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는 보장장치가 무엇이냐 하는 점입니다.

이 문제의 근원에는 북한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불신은 북한이 스스로 만든 것입니다.  외국의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하고 싶어도 북한에 대한 불신이 거두어져야 가능할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개성공단 중단문제를 경험 삼아 군사적 정치적 이유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4월 공단 조업 중지에서 14일 합의에 이르기까지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한반도 상황의 여러 국면이 표출되고 있는 듯합니다.  특히, 지난 두 달여 동안의 북한의 태도는 올봄에 보여준 호전적 태도와 상반되게 다소 유화적이고, 대남/대미 대화에 적극적인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리고 이것이 남북관계 및 한반도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십니까?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와 이산가족 상봉 추진 그리고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 등은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2008년 금강산에서 북한군인에 의한 한국 관광객 피격 사건 등 남북관계를 파탄낸 일련의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문제를 묻히게 하는 면죄부가 되지 않을까 하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남북 간의 대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북한 간의 협력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공감대가 남북한 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의 유화적인 태도가 반복되어온 도발 –대화 –협력 - 도발의 악순환의 재탕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을 강조하며 북한이 도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화하여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아내는 악순환을 이번 기회에 끊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금번 남북한 간의 합의는 앞으로 남북관계에 많은 시사점을 줄 것입니다.

- 북핵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으면 합니다. 북핵 문제는 한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깊은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이슈입니다. 북한의 핵개발의 동기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북한이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북핵문제가 국제사회에 등장한 것이 20년이 넘었습니다. 농축 우라늄 계획으로 야기된 제2차 북핵문제가 발생하여 설치된 6자회담이 개최된 것도 벌써 10년째입니다. 1차 북핵문제 때에는 미국과 북한 간에 소위 제네바합의가 있었고 2차 핵 위기 때에도 6자회담을 통해 합의사항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협상이 진행되었고 협상을 통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고 핵능력을 꾸준히 발전시켜왔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그리고 심지어 2011년에는 농축우라늄 시설 공개를 통해 핵능력을 과시하였습니다.

과연 이런 북한과 핵협상을 계속해야 하느냐 하는 회의론이 그동안 제기되어 왔습니다. 저는 북한의 태도로 볼 때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북한은 정권의 생존을 위하여 핵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분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을 포기해야 하며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북한의 핵 포기는 분단을 종식하고 통일을 이루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고 이 길이 동북아의 평화와 세계의 평화를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 북한 핵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미국에게 위협일 뿐만이 아니라 중국에게 위협이 되는 문제입니다. 중국은 바로 이 점으로 불안해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 최근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북핵 문제 해결의 향방이 국제적 양자/다자 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10년이 되었지만 북한의 핵문제는 여전히 미결의 문제로 남아있을 뿐 아니라 핵능력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6자회담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북한이 스스로 독자적으로 핵 포기를 결행하지 않는 한 협상이냐 강압이냐 두 가지 방법밖에 없는 것도 분명합니다. 물리적 제재나 군사적 방법에 의한 강압적 해결책 보다는 평화적 협상에 의한 방법이 그래도 바람직한 분쟁의 해결 방법인 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협상을 지속시켜야 합니다.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이 6자회담에 의한 해결을 포기하고 있지 않는 만큼 6자회담은 재개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6자회담을 통한 해결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의 재개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신뢰할 수 없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정책과 의지가 사실은 6자회담의 재개에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 2003년과 2004년 사이 열린 3차의 6자회담에서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으셨고, 그 이전에도 제네바 4자회담에서 한국대표단 일원으로 활동하셨습니다. 대북 핵문제 협상의 특이한 면이나 난점들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협상의 전면에 나서는 정부대표는 기본적으로는 본국정부의 훈령에 기초하여 협상을 합니다. 그러나 대립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협상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동적이므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협상대표는 때로는 협상을 성공시키고자 하는 야망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본국정부의 훈령에 불편해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협상가들은 한국이나 미국의 협상가들에 비해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 제재 조치, 다자협상과 같은 여러 북핵 제어 노력이 있었지만, 북한은 계속해서 핵개발을 추진해왔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핵개발 과정 중단이나 장기적 목표로서의 평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북한 핵문제는 한반도 문제의 핵(core)입니다. 북핵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한반도 분단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한 한반도 통일이 가능한 국제정치적 구조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북한의 핵 보유는 동북아에서 치열한 군비경쟁을 가속화 시킬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북한의 핵 개발은 동북아 국가들로 하여금 안보딜레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북한은 북한의 생존을 위해서도 핵은 포기해야 합니다.

- 북핵/북한 문제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이와 관련해 중국의 최근 대북 입장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여태까지 중국의 입장은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핵문제로 인해 북한이 붕괴하는 상황은 중국의 이익이 아니라는 분석이 대세였습니다. 이런 입장에서 중국의 태도에 대해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평가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이 정도를 넘어서고 핵개발의 수준도 예상을 뛰어넘는 현실은 중국에게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위협요인이 되기까지 합니다. 통제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북한의 생존이 중국의 대북 정책이라고 판단합니다.

-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북핵문제는 한국을 매우 혼란스럽게 하는 문제입니다. 심각한 안보문제이며 주변국과의 외교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내정치에도 큰 변수가 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한국민의 지상목표가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북핵문제는 필히 해결되어야 합니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북한의 핵능력은 더 증대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북핵문제는 해결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국면으로 진행될 것이 우려됩니다. 한국정부에게 외교안보문제의 가장 심각한 이슈는 북핵문제이며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한 통일은 어렵다는 전제 하에서 핵문제에 접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