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법치』--링빈

리뷰어:장이  분류: 중국법, 법과 문화  언어: 중국어


링빈: 베이징 대학교 법학과 부교수. 베이징 대학교 법학학사(200), 석사 및 박사(2005)를, 예일 로스쿨에서 LLM(2006)를 수여받았다. 2006년에 베이징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후 2009년에는 조교수로 재직하기 시작했다. 현재 법의 원리, 법과 경제학, 법과 사회, 사법체계 연구, 법문서 작성 및 법연구에 대한 수업을 가르치고 있으며, 2011 2월부터는 북경시 방산구 인민법원에서 임시부원장, 판사 및 심판위원으로 재직해왔다. 

서론

"법이 제정된 후, 정부 관리와 대중이 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준수하도록 하고, 이것을 공정하고 일관성 있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은 링빈의 『중국의 법치』의 핵심 주제이다. 문화혁명 이후 중국은 주로 서양의 법을 수입해 이식하는 방법을 통해 자국의 법률과 사법체계를 재건설하고 근대화하는 데 힘써왔다.  그러나 그 후 30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의 법치는 판사 부패, 비효과적인 법 시행 등의 문제를 겪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사법체계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많은 중국인들이 중국에서 법치가 가능할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지만, 법학자들은—저자가 '법적 소외'라고 부르는—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갇혀, 수입된 법의 과도하게 이상화된 이미지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법치가 이토록 많은 문제를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에 따르면, 그 요인은 중국의 정치체계나 그 거대한 인구 규모가 아닌, 서양식 법치의 내재적 특징들이다. 서양식 법치의 전통적 모형은 '전직법치,'(“专职法治”)  즉 전문화를 통한 법치이다. 이것과 대조되는 모형으로 저자는 대중화를 통한 법치인 '민본법치'(“民本法治”)를 제시한다.  그는 이 두 모형의 각기 다른 이념 및 방법들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 중국 법치 건설의 열쇠라고 말한다. 

소수의 엘리트에게 사법체계의 운영을 맡기는 전직법치는 중국의 도덕적, 정치적 원칙들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고대 중국 및 근대 서구 국가들이 도입했던 전직법치는 소수의 법조 엘리트가 법을 독점하고 통제하도록 하는 하향식 모형이다. 이 모형은 소수 엘리트의 권위를 보호하기 위해, 법을 특별하고 성스러운 것으로 내세우고 대중에게 법을 이해하거나 해석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예컨대 고대 중국의 엘리트는 법전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법을 독점했다.  소수의 재판관들만이 법전을 볼 수 있었고, 이 규칙을 어기는 자는 사형에 처했다.  그리고 근대 서양 국가들의 경우, 전직법치는 난해한 법률 체계 및 용어, 법조인 양성을 위한 특수 교육, 법 분야의 세분화 및 전문화 등을 통해 이루어져왔다.  이로써 사법체계의 통제권은 소수의 법조 엘리트에게 돌아갔으며, 대중은 이 체계에서 소외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은 사법체계의 근대화를 위해 서양의 법률 뿐 아니라 서양식 법치의 여러 요소를 도입해왔다.  그러나 전직법치는 많은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권력분립'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권력분립'의 원칙은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권력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분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익집단이—의회 로비나 사법절차의 왜곡 혹은 대중여론 조작을 통해—정부를 통제하게 될 가능성이나, 정부 3부가 결탁해 대중을 착취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 곳곳에서는 지방정부가 토지 수용권의 행사나 강제 철거를 통해 사유지를 취득한 후 토지를 민간 개발자에게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경우 토지 소유주들은—특히 대대로 토지를 경작해온 농민들은—얼마 되지 않는 보상금과 토지를 맞바꾸는 것을 원하지 않고, 이 때문에 지방 곳곳에서는 폭력 및 사회 불안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2001년 중앙정부는 『도시 건물 철거관리 조례』(城市房屋管理拆迁条例)를 제정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수용권 행사 및 강제철거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저자는 이러한 조례의 시행이 행정부의 결정을 '법의 폭력'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것이 서구식 법치의 무분별한 이식이 낳을 수 있는 역효과의 일례라고 지적한다. 

또한 저자는 서구식 법치에 도덕 및 윤리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부당한 정부행위를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쓰이거나, 정의의 문제를 절차적인 문제로 단순화시는 수단으로 쓰여, 대중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중국의 법치가 '인자한 자는 사람을 사랑한다'라는 유교의 가르침과 '다수 인민의 이익을 위해 인민 봉사에 주력한다'라는 사회주의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본법치는 법치 구축 과정에 대중이 참여할 있도록 한다.  중국은 방법을 통해 사법체계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해야 것이다. 

현재 중국이 도입하려하고 있는 민본법치는 전직법치와는 달리 상향식 모델로서, 그 주요 목표는 일반 관리 및 대중이 법을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민본법치는 점진적으로 축적된 사회의 기본적 도덕 원칙들에 기초해 형식적인 정의가 아닌 개별적인 사건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정의를 지향한다.  또한 민본법치에서 법은 교육을 통해 법지식을 습득한 대중에 의해 통제된다.  저자는 국민들이 사법체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민본법치가 사회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중국에 민본법치를 도입할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헌법 및 국가법을 수호하는 공산당의 리더십에 대한 존중 뿐 아니라, 국민의 이익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며, 더불어 법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의 대부분이 법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국민의 이익에 대한 법조 엘리트의 무관심은 중국의 법체계 근대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육을 통해 법지식을 대중화하고, 개혁 과정에 대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계는 서양의 이론의 무분별한 적용을 지양하고, 중국 고유의 이론을 적용해 현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비판해야 할 것이다.

결론

링빈은 이 책을 통해 민본법치와 전치법치 사이의 갈등이 중국 법치 설계의 가장 큰 문제점임을 보이고자 한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유독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예컨대 독일의 민법 입안자들은 다음과 같은 딜레마에 직면했다.  "만일 특수한 교육을 받은 판사들에게 입안을 맡긴다면, 법조문의 명확성을 희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민법을 국민의 공동 소유물로 받아들이고 대중 교육 수단으로서의 법의 역할을 강조한다면, 법 개념의 세밀함과 논리성을 잃게 될 것이다."

민본법치와 전직법치는 원칙상 양자 모두 대중과 법조인들 사이의 상호신뢰를 추구하지만, 현실에서는 각기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전직법치는 대중에게 법조 엘리트의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그 외의 가치관은 버릴 것을 강요한다.  반면 민본법치는 법조인들이게 대중과 함께 일하고 대중에게 봉사하도록 요구한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두 모형의 우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결국 그는 민본법치가 우수한 모형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민본법치가 중국의 사법개혁과 경제 발전 및 사회 통합에 공헌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저자가 새롭고 혁신적이라고 부르는 이 모형이 현 정권의 이데올로기와 정책에 잘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즉 이것은 현 정치체계나 사법체계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아도 도입될 수 있는 모형이다.  그러므로 민본법치에 대한 저자의 낙관주의나 민본법치의 실효성에 대해서 선뜻 동의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이 책은 최근 중국 학계에서 '중국식 법치'에 대해 어떠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고 흥미롭다.